아시아란 무엇인가?













asu3.png 아시아란 무엇인가?





아시아는 정말 크다.


유럽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문화, 정체성, 구성원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는 ‘아시아’란 이름으로 묶여있다.


일반적으로 ‘아시아’ 하면 문화적 파급력이
상당한 동아시아권이 가장 먼저 연상된다.


그래서 간혹 ‘서아시아가 왜 아시아?’냐고
묻는 사람도 보이는데, 근본적으로 생각해
보면 우리가 ‘아시아’에 속하는 것이 훨씬
이상한 일이다.                                 






우리가 아시아가 된 과정




asu2.png 아시아란 무엇인가?
카이스트로스강(現 퀴췩 멘데레스)


Ἀσίω ἐν λειμῶνι Καϋστρίου ἀμφὶ ῥέεθρα
카이스트로스 강변에 있는 아시아(의) 초지에서

– 호메로스, 일리아스 中 –





호메로스 시대의 아시아는 서부 아나톨리아에 국한된 표현이었다.

   
이 표현은 후대 사람들에 의해 더 넓은
범위를 의미하는 용어로 확장된다.


예를 들어, ‘밀레토스의 학자 헤카타이오스(기원전 6세기경)‘는
세계 지리를 크게 유럽, 아시아, 리비아로 나눴다.


(일각에서는 마찬가지로 밀레토스 출신인
아낙시만드로스가 먼저 위와 같은 구분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후, 아시아는 아나톨리아 넘어 동방 세계를 포함하는
큰 개념의 아시아와 여전히 서부 아나톨리아의 일부를
의미하는 작은 개념의 아시아로 나뉘게 된다.





asu4.png 아시아란 무엇인가?
헤로도토스 시대의 세계관



καὶ τούτου μὲν μεταλαμβάνονται τοῦ οὐνόματος Λυδοί, φάμενοι ἐπὶ Ἀσίεω τοῦ Κότυος τοῦ Μάνεω κεκλῆσθαι τὴν Ἀσίην, ἀλλ’ οὐκ ἐπὶ τῆς Προμηθέος Ἀσίης· ἀπ’ ὅτευ καὶ τὴν ἐν Σάρδισι φυλὴν κεκλῆσθαι Ἀσιάδα

리디아인들이 말하길, 그 이름(아시아)은 리디아에서 유래됐으며, ‘마네스’의 손자이자 ‘코튀스’의 아들, ‘아시에스’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고 프로메테우스의 아내 아시아에게 따온 것이 아니라고 한다. 사르디스의 아시아족(Ἀσιάδα) 또한 같은 기원을 가졌다고 말한다.


– 헤로도토스, 역사 中 –




헤로도토스 시대에도 역시 두 아시아가 모두 존재했고
리디아의 아시아 유래를 언급하며 사르디스 근방의
아시아족에 대해 이야기한다.


원래 근본 아시아 지역은 리디아 쪽이다.




asu5.png 아시아란 무엇인가?
로마의 속주 아시아




후대에도 두 용법은 유효했다.


‘지리지’를 저술한 그리스계 로마 학자 스트라본은
인도와 아르메니아를 아시아의 범주에 넣기도 하고
아시아가 아나톨리아의 타우루스산맥을 중심으로
나뉜다고 설명(작은 아시아-아나톨리아)하기도 한다.


이런 두 아시아의 개념이 공존하면서 우리가 아는
대아시아(Asia Major) 소아시아(Asia Minor)
형태로 발전했고, 서구의 시각과 영향력이 커지며
대아시아는 현재와 같이 확장된다.


쉽게 말해, 아시아는 ‘유럽이 아닌 동쪽의
무언가들’이라는 개념이 확장된 지극히
유럽 중심적인 정의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아시아라는 말은 어디서 왔을까?








아시아의 어원 추적



68.png.webp.ren.jpg 아시아란 무엇인가?
그리스-페니키아 무역로, World History Enclopedia




1. 아카드어 아쑤(Aṣû)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 학자들은 그리스가
페니키아와 교류하고 그들의 문자를 차용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셈어 계통의 단어가 그리스어로
들어왔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중 동쪽을 의미하는 아카드어 아쑤(Aṣû)에서
아시아가 유래되었고, 서쪽을 의미하는 아카드어
에렙(Ereb)에서 유럽이 나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상당히 그럴듯한 이야기이며, 지금도 다수의
매체에서 아시아의 어원을 위와 같이 설명한다.


그러나, 이는 다양한 비판점을 달고 있는 주장이다.





asu1.jpg 아시아란 무엇인가?




먼저 아카드어에서 동쪽과 서쪽을 살펴보자.

여러 셈어에서 동·서의 개념을 일출과 일몰로 설명한다.
ṣīt šamši(일출)와 ereb šamši(일몰)는 동쪽과 서쪽을
가리키는 가장 흔한 표현이다.

ṣīt=나오다 / ereb=들어가다 / šamši=태양


아시아의 기원으로 지목된 Aṣû 역시 동일하다.





asu6.jpg 아시아란 무엇인가?


Aṣû에는 ‘나가다’, ‘떠오르다’라는 뜻이 있고,
이는 일출의 방향인 동쪽과 연결될 수 있다.


하지만, Aṣû의 용례는 ‘동쪽’에 한정되지 않는다.
아카드어 사전인 CAD(Chicago Assyrian* Dictionary)
살펴보면, Aṣû의 용례만 거의 20페이지 가까이 된다.

*이름은 아시리아 사전이지만 사실 아카드어 종합 사전이다. 
참고로, 아시리아어는 아카드어에 포함된다.

그만큼 다양한 용례를 가진 동사인데, 그럼에도
‘동쪽’을 직접적으로 지칭하는 예는 거의 없다.




물론, 여전히 Aṣû는 ‘떠오르다’, ‘일출’과 연결되고
아나톨리아의 이름이 마찬가지로 ‘떠오르다’,
‘일출’ 등을 의미하는 아나텔로(Ἀνατέλλω)에서
유래되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시아와 Aṣû의
연결성은 아직 유효하다.



그러나 문제점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내가 아수와땅을 멸하고 하투사로 돌아왔을 때,

‘굴레의 주인들’*과 함께 만 명의 보병과 600대의 전차용

군마를 전리품으로 가져와 하투사에 정착시켰노라.      


– KUB 23.11 Vs. II 33′~36′ –


* 투드할리야 1세가 이끌었던 정예 전차병





2. 청동기 시대 서부 아나톨리아의 ‘아수와’




페니키아 문자가 만들어지기도 전, 이미 아나톨리아 서부에는
히타이트 쐐기문자 aš-šu-wa/미케네 선형문자B a-si-wi-ja
아나톨리아 상형문자 á-su-wi-(ya)라고 기록된 지명 내지는
정치 체제가 존재했다는 것이 확인된다.


이 기록들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기원전 15세기경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는 고전학자들의 추정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아시아’와 유사한 지명이 아나톨리아에서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점은 ‘아시아’라는 이름의 잠재적 기원으로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12112.png 아시아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Aṣû의 문제점은 더욱 부각된다.


페니키아 전파설은 말할 것도 없고,

히타이트에서 하티 땅 보다 서쪽에 있는 곳을 굳이
‘동쪽, 일출을 의미하는 Aṣû라고 부를 이유가 없다.
그것도 히타이트어도 루위아어도 아닌, 아카드어로
부를 이유는 더더욱 없다.


무엇보다 비슷한 시기 서부 아나톨리아 지명에서
셈어 기원으로 보이는 지명은 확인되지 않는다.
아수와 또한 셈어 기원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이 ‘아수와’의 기원은 또 무엇인가?





3232.png 아시아란 무엇인가?



그리스어 학자 ‘D. J. 게오르가카스’와 ‘알도 코르첼라’는
히타이트어로 ‘좋다’를 의미하는 접두사 Ass-, Assiya-와
연결 지어 아수와를 ‘아수(좋은)+와(땅)’라고 해석한다.


이는 ‘이스타누(태양)+와(땅)=태양의 땅’처럼 전형적인
히타이트식 명명법에 속한다.





0000341813_OG.JPG 아시아란 무엇인가?
‘아수위’ 왕실이란 기록이 확인되는 인장, 루브르 박물관 AO 20.138



또 네사어(히타이트어)의 가까운 친척어이자 서부
아나톨리아의 주요 언어인 루위아어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많다.


이들 역시 ásuwiya라는 이름을 남겼으며, 네사어와
마찬가지로 ‘좋은 땅’을 의미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물론 위의 두 주장은 음운론적으로도 지역적으로도
상당히 타당해 보이지만, 추가적인 근거가 없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다른 언어에서 유래한 이름을 익숙한 언어로
음차하거나 재구성하는 사례는 굉장히 흔하며
위의 두 경우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





결론적으로,

단편적인 기록에 의존해야 하는 어원 추적의
특성상 아시아의 유래가 무엇인지 단정 짓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Aššuwa/Aswiya/Ásuwiya 등으로 기록된
어원이 불확실한 이름이 후대에 여러 변화를
겪으며 그리스어 Ἀσία → 최종적으로 지금의
‘아시아’가 되었을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가장
합리적인 가설이라고 생각한다.



* 어원 추적이 항상 그렇듯 불확실한 요소가
많고 글쓴이는 존문가라는 점을 유의하자. 





3줄 요약

1. 아시아는 원래 서부 아나톨리아의 일부 지역을 일컫는 말

2. 유럽 중심적으로 확장되어 오늘날 아시아가 됨

3. 널리 알려진 아카드어 유래설은 비판점이 많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5년 모두 행복한 한 해 보내세요~







[출처] https://www.fmkorea.com/best/7925276423
error: Content is protected !!